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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한때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된다'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노력이 결과를 보장한다고 생각하기엔 세상이 너무 불공평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거울 앞에서 제 모습을 마주한 그날, 그리고 30년을 버텨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좌절이 끝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을요.
배경과 맥락: 500억이 사라지기까지
반도체 1세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게 단순한 타이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LG반도체 전체 판매량의 30%를 혼자 소화하던 사람, 홍콩·런던·산호세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있던 사람. 현금 500억이라는 숫자도 실감이 잘 안 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그 이후 이야기였습니다.
1996년, 새만금 프로젝트(Saemangeum Project)가 시작됩니다. 새만금 프로젝트란 전북 군산·김제·부안 앞바다를 방조제로 막아 대규모 간척지를 조성하는 국가사업으로, 당시 천문학적인 양의 골재(骨材)가 필요했습니다. 골재란 콘크리트나 방파제 공사에 쓰이는 모래·자갈·돌 등의 건설 재료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은행 측의 권유로 6만 평 규모의 채석장(採石場) 허가가 난 산을 약 16억 원에 매입합니다. 채석장이란 돌이나 암석을 캐내는 곳으로, 새만금에 납품하면 산 전체가 평지가 될 만큼 수요가 넉넉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돌을 가져가보니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산의 돌은 조류(潮流)의 수압을 버티지 못하고 종이처럼 갈라지는 성질이 있었습니다. 방조제용 골재는 파도와 해수에 장기간 노출돼도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해당 돌은 박리(剝離) 현상, 즉 층층이 쪼개지는 현상이 심해 사용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아파트 1,500세대를 짓고 편하게 쉬겠다는 계획은 그렇게 무너졌고, 10년이 지나자 500억 도 흔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묘하게 공감이 됐습니다. 물론 규모는 비교할 수 없지만,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감각이 있었거든요. 거울 앞에서 팔뚝살과 튼살 사이로 굴곡 없이 흘러내린 몸을 봤을 때,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요. 계획은 단순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시도할수록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고, 처음의 확신은 점점 흔들렸습니다.
자기 성찰: 100번 실패한 사람이 배운 것
돌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봤다고 했습니다. 농업용 분말, 축산 사료 첨가제, 난연재(難燃材) 납품, 심지어 돌로 만든 접시까지. 난연재란 불이 잘 붙지 않도록 처리된 소재로 전선 피복이나 건축 자재에 쓰이는데, 그것도 실패로 끝났습니다. 100가지를 시도하면 100가지가 다 실패라고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그 무게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이후 행동에서 드러납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돈 100만 원을 빌려 일본으로 떠납니다. 처음엔 삶을 포기하러 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칸센(新幹線) 후쿠시마행 열차에 혼자 앉아 있다가 생각이 바뀝니다. 이 돌의 흡착력(吸着力)이라면 방사성 물질을 잡아낼 수 있겠다는 직감이 왔습니다. 흡착력이란 어떤 물질의 표면이 다른 물질의 분자를 끌어당겨 달라붙게 하는 성질로, 냉장고 냄새 제거제나 수질 정화제에 활용되는 원리입니다.
일본 공과대학 교수의 도움을 받아 운모(雲母)를 포함한 6가지 광물 분말을 조합해 수처리제(水處理劑) '코아라이트'를 개발합니다. 운모란 층상 구조를 가진 규산염(硅酸鹽) 광물로, 얇게 쪼개지는 성질과 높은 표면적 때문에 흡착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일본 정부가 전 세계 1만 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공모한 방사성 오염수 처리 기술 경쟁에서 상위 5개 안에 선정됩니다. 한국 사람으로는 유일했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만, 저는 이 표현이 때때로 오해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하늘이 알아서 준다'는 식의 낙관론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그 말의 핵심은 노력의 방향을 스스로 점검하라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실패할 때마다 남 탓이 아닌 자기 탓을 찾는 과정, 그 자기 성찰(自己省察)이 쌓여야 방향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제가 4개월간 다이어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운동이나 식단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심이 들 때, 스스로를 다시 설득해야 하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닭가슴살과 양배추를 갈아 코를 막고 넘기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거울 속 제 모습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외형이 바뀐 것보다 그 결심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더 단단한 변화를 만들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30년간의 실패를 돌아보며 이 분이 꺼낸 말이 있습니다. "사람을 쫓아가고, 돈을 쫓아가면 쓴맛뿐이다. 내가 준비가 되면 꽃의 향기에 벌이 오듯 사람이 온다." 이걸 듣고 저는 반은 동의하고 반은 유보했습니다. 준비가 된다고 반드시 기회가 오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기회를 잡아도 오래 못 간다는 건 분명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전 적용: 좌절을 방향 전환의 신호로 쓰는 법
이 이야기를 단순히 '성공한 사람의 고생담'으로 보면 반만 보는 겁니다. 제가 이 사례에서 실제로 쓸 수 있다고 판단한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 실패를 자원으로 바꾸려면 그 실패를 충분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100번 실패했다는 건 100번의 데이터가 쌓인 것이고, 그 데이터가 11번째 방향을 찾는 데 쓰였습니다. 운모의 흡착력이라는 특성을 발견한 건 10년간 이 돌과 씨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 좌절의 깊이와 재기의 방향은 비례할 수 있습니다. 삶을 포기하러 간 후쿠시마에서 기술 개발을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지만, 극한의 상황이 오히려 기존 틀을 완전히 깨는 계기가 됐습니다. 절박함이 창의성을 끌어낸 셈입니다.
- 성과가 사회로 돌아갈 때 의미가 완성됩니다. 베트남의 고엽제 오염 지하수 문제에 코아라이트를 적용해 수출 계약까지 이어진 것은, 개인의 재기를 넘어 문제 해결의 도구가 됐다는 점에서 다른 차원의 성취입니다.
실제로 운모를 활용한 수처리 기술은 최근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광물 기반 흡착 소재의 환경 정화 응용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관련 동향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새만금 개발 사업의 현재 진행 상황과 관련 정책은 새만금개발청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잠도깨비라는 브랜드로 이어진 침구 및 피부 세러피 제품은 와디즈(Wadiz) 크라우드펀딩에서 침구 부문 1위를 기록했고, 2023년 9월부터 2024년 9월까지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1톤에 13,000원도 안 되던 골재가 일본에서 피부 테러피 소재로 1톤당 500만 엔, 즉 약 5,000만 원에 거래됐다는 사실은 같은 자원도 어떤 맥락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저는 이 원칙을 체중감량에서도 경험했습니다. 단순히 살을 빼는 게 목표였는데, 4개월이 지나고 보니 외형보다 내적 내구성이 더 단단해져 있었습니다. 실패라고 느껴졌던 날들, 야식 유혹에 졌던 날들이 오히려 다음 날 더 단단하게 버티는 근거가 됐으니까요. 그 경험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냥 '대단한 사람 이야기'로만 흘려보냈을 것 같습니다.
좌절은 막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게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인지, 더 깊이 파고들으라는 신호인지 여러분의 올바른 선택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