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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인 내가 또래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다.(혼란, 시간, 자기이해)

moditlab 2026. 7. 22. 21:45

목차


    SNS를 열면 또래 중 누군가가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는 소식, 연봉 협상에서 억대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저도 26살인데, 솔직히 그런 걸 볼 때마다 속이 쓰렸습니다. 이 글은 그 감정의 정체를 데이터와 제 경험으로 뜯어보려는 시도입니다.

    20대는 화려한 전성기가 아니라 극심한 혼란기다

    10대 시절 저는 20살이 되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돈을 버는 어른이 될 거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차도 사고 집도 사고, 드라마 주인공처럼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막상 20살이 되고 나서 제가 한 일은 영양가 없는 술자리, 의미 없는 허영심 채우기, 그리고 그걸 어른스럽다고 착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 기고만장했던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이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 갤럽(Gallup)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대 초반은 전 생애 구간 중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 지수가 가장 불안정한 시기 중 하나로 나타납니다. 주관적 웰빙이란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만족도와 감정 상태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나 지금 잘 살고 있나?"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가장 어려운 나이가 바로 20대 초반이라는 겁니다.(출처: Gallup Global Wellbeing Index)

    심리학에서는 이 시기를 신흥 성인기(Emerging Adulthood)라고 부릅니다. 신흥 성인기란 청소년도 완전한 성인도 아닌 18세에서 25세 사이의 정체성 탐색 단계를 뜻합니다. 심리학자 제프리 아넷(Jeffrey Arnett)이 이 개념을 처음 제안했을 때 핵심은 이것이었습니다. "이 시기에 불안정한 것은 이상한 게 아니라 발달 단계상 지극히 정상이다." 처음 취업하고 나서 능력 있는 사람들 사이에 던져진 제가 느꼈던 그 낯선 공허함이 바로 신흥 성인기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던 셈입니다.

    20대가 혼란스러운 이유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처음으로 부모 없이 모든 선택을 혼자 책임져야 하는 구조에 놓입니다
    2. 첫 취업, 첫 사회생활처럼 데이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3. SNS가 타인의 하이라이트만 보여주는 구조 때문에 비교 기준 자체가 왜곡됩니다
    4. 사회가 설정한 성공의 타임라인(언제까지 취직, 언제까지 결혼)이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쏟아지는 시기가 20대입니다. 그러니 흔들리는 게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면, 제대로 부딪혀 본 적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가장 강력한 자산인데 20대는 그걸 가장 늦게 깨닫는다

    제가 20대 초반에 허송세월을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을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막연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흘려보낸 날이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처음 취업해서 사회를 마주했을 때, 비로소 그 시간들이 실제로 격차가 되어 나타난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보다 준비한 사람들은 이미 저와 다른 출발선에 서 있었습니다.

    복리(Compound Interest) 개념은 금융에서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복리란 원금에 이자가 붙고, 다시 그 이자에도 이자가 붙는 구조입니다. 경험과 실력도 정확히 같은 원리로 쌓입니다. 20살에 시작한 1년의 경험은 단순히 1년이 아니라, 그 위에 다음 경험이 쌓일 기반이 됩니다. 그래서 같은 26살이라도 20살부터 꾸준히 경험을 쌓아온 사람과 허송세월로 보낸 사람 사이에는 단순 연차 이상의 격차가 생깁니다. 저는 이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는 현재 편향(Present Bias)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현재 편향이란 미래의 큰 보상보다 지금 당장의 작은 쾌락을 더 크게 느끼는 인지 왜곡을 뜻합니다. 운동 가기 싫은 날, 공부 미루는 날, 이게 모두 현재 편향이 작동하는 순간입니다. 문제는 현재 편향이 강할수록 3년 뒤의 내가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 가장 아쉬운 건 결국 이겁니다. 조금 더 일찍 시간의 무게를 알았더라면, 20살로 돌아가 술자리 대신 경험을 쌓는 시간을 만들었을 겁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운 좋은 사람들의 결과만 보고 동경했던 그 시간들이 사실 제가 쓸 수 있었던 가장 비싼 자원을 낭비한 시간이었으니까요.

    열등감의 그림자를 피하는 사람은 결국 속이 빈 껍데기가 된다

    저는 20대 초반 내내 굉장히 바쁜 척 살았습니다. 항상 뭔가를 하고 있었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제 와서 인정하는 건, 그 바쁨의 상당 부분이 저 자신을 마주하지 않으려는 도피였다는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나는 저 사람만 못하다"는 생각이 올라왔고, 그게 너무 싫어서 계속 움직였습니다.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이를 그림자(Shadow)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그림자란 우리가 인식하기 싫어서 무의식 속에 억압해 놓은 자신의 어두운 면, 즉 열등감, 질투심, 인정 욕구 같은 것들을 뜻합니다. 융의 이론에 따르면 그림자를 외면할수록 그것은 더 강하고 왜곡된 방식으로 표출됩니다. 제 경우에는 남 탓, 환경 탓이었습니다. 회사가 나쁘다고 생각하며 퇴사했고, 사업 아이템이 문제라고 생각하며 방향을 바꿨습니다. 환경은 계속 바뀌었는데, 불안은 하나도 줄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문제가 환경이 아니라 저였으니까요. 인정받고 싶은 욕망, 실패가 두려운 마음, 비교하는 습관. 이것들을 숨기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었습니다. 없어 보일까봐, 찌질해 보일까봐. 그런데 이게 반전입니다. 그 찌질한 욕망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삶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지금 20대를 보면 SNS에서 성공한 또래들의 사례가 넘쳐납니다. 그걸 보면서 열등감을 느끼는 건 지극히 정상입니다. 하지만 그 열등감을 외면하고 더 바쁘게 도망치는 것과, 그 감정을 꺼내서 들여다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가 동경하는 사람들도 그 자리까지 오기까지 남들이 보지 않는 고통의 순간들을 버텼을 겁니다. 우리는 그들의 결과만 봤을 뿐입니다.

    자기이해(Self-Understanding)란 나의 욕구와 결핍이 어디서 오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이게 높을수록 외부 환경이 바뀌지 않아도 흔들림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것은 20대에 경험이 쌓일수록, 실패를 마주할수록 자연스럽게 길러집니다. 열등감의 그림자를 계속 피해 다니면 내공 없이 나이만 먹게 됩니다. 그림자를 피하지 않는 것, 그게 20대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투자입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6살인 저는 아직 20대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20살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그때를 다시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더 잘 쓸 수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 20대를 보내고 있다면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빨리 답을 찾는 게 이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흔들리고, 실패하고, 그림자를 마주하면서 쌓이는 것들이 결국 가장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줄 내공이 됩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i52-roBhbU